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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5.18민주묘지 뜨거웠던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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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08-12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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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5.18 민주묘지

뜨거웠던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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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어느 묘지 앞,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중년 남성은 한참을 그 앞에 서서 떠나지 않았다.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궁금했지만, 쉬이 다가가 물어보진 못했다. 5월 17일,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추모제가 있던 날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고 4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는 그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갔다 말하기도 하지만 유가족들에겐 통곡의 시간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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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묘지 역에서 하차해 국립 5.18민주묘지로 이어지는 길엔 메시지가 적힌 긴 띠가 걸려 있었다. 

비가 뒤섞인 바람에 사뿐사뿐 나부꼈다. 마치 긴 띠에 적힌 메시지가 바람에 날려 저 먼 곳에 닿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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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문과 추념문을 지나 닿은 민주묘지에는 앞서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국립 5.18 민주묘지는 처음이었다. 비까지 내려 더 처연하게 느껴졌다. 묘비 옆에는 태어난 생년월일과 눈 감은 날짜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찬찬히 걸으며 추모를 하다 본능적으로 날짜를 계산했는데, 2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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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내 아들, 내 아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어머니의 구슬픈 울부짖음에 일대가 일제히 숙연해졌다. 아들아... 아들아... 그 소리에 명치를 쎄게 얻어맞은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일면식도 없는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40년 전 당시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유가족들의 가슴은 갈가리 찢어졌을 터였다. "어무이 내 한번 세상을 바꿔 볼라요." 40년 전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이정연 씨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 게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할머님에겐 그날 아침 집을 나서며 신었던 운동화와 옷차림 그대로 주검이 되어 누워 있는 아들이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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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항쟁 제40주년 추모제가 시작되기 한참 전 도착한 어머니들은 먼저 떠난 가족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남편, 아들, 어머니, 딸, 삼촌 떠난 가족의 형태는 다르지만, 슬픔의 무게는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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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곳곳에는 <5.18 대학생 서포터즈>들이 엽서를 남겨 놓았다. "이제 편하게 잠드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꾹꾹 눌러 쓴 손글씨에는 역사를 마주하려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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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오월정신! 꽃 피어라 대동세상!> 슬로건으로 꾸며진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국가보훈처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주관으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본 행사에는 발열 체크 후 입장이 가능했고, 마스크를 필히 착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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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헌 - (사)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회장 김영훈

아헌 - (사)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김이종

종헌 - (사)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 문흥식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추모제의 1부 행사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위한 제례였다. 사회자가 안내하는 순서에 따라 추모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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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가 진행되는 중에도 민주묘지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5월만 되면 숨이 쉬어 지질 않는다고. 그 애타는 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이들의 희생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폄하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시대를 살지 않고서, 그 상황을 겪지 않고 어찌 함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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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추모식을 준비하는 중에는 일반 방문객들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딱히 정해진 인원이 있는 건 아니었다.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단체와 일반인들이 자율적으로 행한 것이다. 젊은 청년들,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한 이들의 모습에서 경건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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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추모식이 진행됐다. 개식선언과 국민의례, 내빈소개가 이어졌다. 

2부 행사에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한 송상락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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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행사에는 각 당 대표들이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의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폄하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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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5월입니다.

이 땅의 자유와 정의, 민주화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민주 영령 앞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역사는 올바르게 기억하고 기록할 때

강한 힘을 갖습니다.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지켜낸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가

광주공동체를 넘어 우리나라 전역,

그리고 전 세계에서 꽃피우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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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사단법인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40년을 변함없이 추모제에 함께 해주신 광주시민을 비롯한 국민 모두에게 5.18희생자 유가족들을 대신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역사가 남긴 상처의 깊이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픈 상처와 기억을 보듬고 한해 세월을 보내는 유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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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중항쟁 제40주년 추모제 시극공연 <광주의 그날을 기억하며>

아들아! 너 없는 이곳에 꽃이 핀단다

아들아! 너 떠난 이곳에 바람이 분단다

너를 잃고 내가 주저앉은 가슴속에는 어둠만이 가득한데

여전히 이 나라에는 해가 뜬단다

여전히 나무가 자라고 숲이 우거지고 새들이 노래한단다.

아들아! 나라가 있어 내가 너를 낳을 수 있었기에

네가 있어 이 나라를 지키고 어미를 지켰구나

나라가 있어 네 이름을 가질 수 있었기에

네가 있어 이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이 민족을 지켰구나

아들아! 살아있어서 제가 나의 기쁨이었다면

죽어서는 나라의 기쁨이 되었구나

살아있어서 네가 나의 아들이었다면

죽어서는 모두의 아들이 되었구나

네가 꽃을 피워주었구나, 네가 바람이 되어주었구나

네가 빛으로 떠올랐구나

네가 하늘이 되어 주었구나, 드넓은 땅이 되어 주었구나

모두의 생명이 되고 스러지지 않을 사랑이 되어 주었구나

아들아! 나는 너의 어미가 되어 기쁘구나,

네가 너의 나라가 되어 기쁘구나

죽어서도 너는 살아 있구나, 보이지 않아도 함께 있구나

이제 다시 너를 얻는다, 내 가슴에서 다시 너를 낳는다

이제 더 이상 어둠은 없다

다시 너를 낳았으니,

우리 모두의 가슴에는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리라.

아들의 태양, 어미의 태양, 영원한 역사의 태양

너는 이 나라에 지지 않을 빛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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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이 울렸다. 인위적으로 만든 소리임에도 그 소리는 온몸에 털을 주뼛 서게 하기 충분했다. 수백 명이 쓰러져 40년 전 금남로는 순식간에 생지옥이 되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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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집을 방문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그때 뵌 어머니들께서 얼굴을 기억하고 만날 때마다 반갑게 맞아 주신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8년 가까이 된 지금도 갑작스레 찾아오는 그리움에 눈물을 주체 못 하는 나는, 오월어머니집 어머님들의 정겨움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추모제가 이어지는 중에 연신 옷고름으로 눈가를 꾹꾹 누르며 눈물을 참는 어머니들의 모습에 마음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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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5.18민주묘지에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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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중항쟁 제40주년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이 국화를 건네받아 헌화와 분향을 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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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지팡이를 짚어야만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고령의 노모도 추모제에 참석했다. 다른 기억은 점점 옅어지는데, 사랑하는 가족이 떠난 그날만큼은 또렷이 남아 잊히질 않는다고 한다. 그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부디 오늘만 가슴 아프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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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들의 여생이 아픔과 슬픔이 아닌,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이번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인연이 될 것 같다. 다시 오월어머니집을 찾았을 때,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 줄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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